한때 복제약 중심이었던 한국 제약산업은 이제 ‘K-바이오’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신약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대 중반 들어, 자체 신약을 보유하거나 글로벌 기술이전을 성공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신약개발 기업들을 중심으로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어떤 질환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지, 글로벌 진출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정리했습니다.
기술력과 플랫폼: 단순 제조에서 신약 설계로
한국 신약개발 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약 제조가 아닌, 자체 플랫폼 기술과 타깃 기반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타깃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Lazertinib)'을 자체 개발하여 미국 얀센에 기술이전했고, 2024년 미국 FDA 허가까지 획득하며 글로벌 신약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LAPSCOVERY)라는 독자적 지속형 약물 플랫폼을 통해 당뇨, 비만, 항암 신약을 개발 중입니다. 이 기술은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 주사 횟수를 줄이고,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베르티날(Vertinal)이라는 플랫폼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국내 최초로 AI 신약개발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 빠르게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즉, 이제는 단순히 약을 만들고 파는 것이 아니라, 핵심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설계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 K-바이오의 차별점입니다.
적응증과 파이프라인: 항암제부터 희귀 질환까지
2025년 현재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집중하고 있는 질환은 단연 항암 분야입니다. 에이치엘비(HLB)는 위암과 간암을 타깃으로 한 리보세라닙(Rivoceranib)을 미국 FDA 허가 단계까지 진척시켰으며, 미국에 자체 법인까지 운영하며 임상·허가·판매까지 모두 자체 수행하는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제넥신은 면역항암제와 코로나 백신 플랫폼을 바탕으로 T세포 면역 기반 치료제를 다수 개발 중이며, 특히 장기지속형 인터루킨 계열 약물에 강점을 보입니다. 압타바이오, 이뮨온시아, 지놈앤컴퍼니 등 신생 바이오텍들도 면역항암제, 마이크로바이옴, 이중항체 치료제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희귀질환 및 난치성 질환 분야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들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미국, 유럽에서 임상 1~3상 단계에 있으며, 일부는 조건부 승인이나 긴급사용 신청을 준비 중입니다.
글로벌 진출과 기술수출: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K-바이오 기업들의 진정한 반격은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은 한국 제약사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항체의약품 CDMO(위탁생산) 1위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알테오젠은 독자 기술인 하이브로자임(HYBROZIME)을 통해 피하주사형 항암제 플랫폼을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에 수출했고, 로열티 수익을 기반으로 추가 후보물질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로슈, 사노피, 얀센 등과 총 10건 이상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대부분은 계약금+마일스톤+로열티 구조로 1조 원 이상의 잠재 수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K-바이오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신약 경쟁의 실질적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는 기술력, 파이프라인, 수출 전략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입니다. 2025년 현재 K-바이오는 더 이상 복제약 중심의 산업이 아닙니다. 플랫폼 기술, 질환 특화 파이프라인, 글로벌 기술수출을 바탕으로 한국 신약개발 기업들이 전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향후 5년간은 K-바이오의 진짜 경쟁력이 시험받는 시기이며, 환자, 투자자, 의료계 모두가 그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신약 개발 흐름과 글로벌 진출 전략을 꾸준히 살펴보며 K-바이오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